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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59회 한국시협 정기총회 및 제50회 한국시인협회상, 제14회 한국시협 젊은시인상 시상식 안내
작성일자 2018-03-27
조회수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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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인협회가 제59회 정기총회와 제50<한국시인협회상>, 14<한국시협 젊은시인상> 시상식을 개최합니다.

 

50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자 : 김수복『밤하늘이 시를 쓰다 

제14회 한국시협 젊은시인상 수상자 : 이해존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일시 : 2018331일 오후 3

장소 : 문학의 집 서울 (02-778-1026)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 2665(예장동, 문학의집 서울/충무로역 4번 출구, 명동역 1번 출구)






 

김수복 시인 자선 대표시 3

 

 

밤하늘이 시를 쓰다

-서시序詩


 

김수복

 

 

 

겨울 밤하늘이 시를 쓰다

잠들지 않은 별들은 시가 될 것이다

적막강산의 눈이 멀었다

서쪽 하늘 연꽃의 미소는

별들의 노래를 한 장씩

한 장씩 넘길 것이다

늦게 오는 새벽은

시인이 될 것이다

 

 저녁은 귀항(歸航)

 

 종소리의 닻을 올리고

모두 비우고 빈 배로 돌아가리라

뼈만 남은 겨울나무를 등대 삼고

슬픔이 어슬렁거리는 골목들

빈 하늘 왜가리 한 마리

파랑에 흔들리는 저녁노을이 차다

멀리 섬이 보인다

사람들이 드문드문 드나드는

소식 없이 사라졌던 개밥바라기별

잠을 청하는 노숙의 파도를 지나간다

적요는 적요에 젖어 있다

열락에 빠진 급물살은 뒤로 물러나라

햇볕의 광장이 된 천변의 기슭

함성의 달빛이 넘쳐나도다

배를 깔고 빈 배를 저어

노을 속에 잠수하는 물병아리 배로

빈 저녁 배가 되어 돌아가리라

내가 아닌 나에게로 나의 저녁에게로

서릿발이 끼친 낙엽을 밟으며

멀리 봄이 올 것을 믿으며*

당당하게 저어 가리라

 

 

 

* 윤동주의 화원(花園)에 꽃이 핀다에서.

 

 

 밥솥

 

 
밥이 잘 되었나 보다

솥뚜껑 모두 열어놓고

밥 짓는 하느님,

어디 가셨나

 

밥솥에 햇살밥도

저물어 익어가는데

비 오는 날 저녁

잃어버린 외아들 생각나시겠지*

 

 

 

50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소감


 

고해와 응답의 시간

 
김수복

 

감사합니다.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순간 제 머릿속에는 정적이 깃들었습니다. 그리고 순간의 정적이 지나가고, 저는 제 시의 고해와 응답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한 편의 시를 생각하는 시와의 약속을 지킨 기쁨과, 시를 쓰기 위한 삶의 고해와 응답의 시간들에 대한 감사의 기쁨에 젖었습니다. 시들은 매일 매일 시를 생각하는 시간 동안 제게 다가와 주었고, 시가 되어 주어 저와, 저의 삶이 기뻤습니다.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시집 󰡔밤하늘이 시를 쓰다󰡕 또한 이러한 삶의 고해와 응답의 소리들이 시가 되어준 시의 집입니다.


여러 면에서 부족한 저의 작품에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상을 수상하신 시인들과, 앞으로 수상하실 시인들과 수상의 기쁨을 고이 간직하면서, 이 시집을 펴내면서 쓴 후기 새벽이 나에게 시를 읽어주었다한 부분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새벽 시를 읽어주다

사랑할 시간이 오지 않아도 좋다

자유가 아니라도 좋다

당신에게 봄이 오기만 한다면!

 

밤하늘이 시를 썼다

봄이 오지 않는 시를

겨울 냇물의 얼굴에 대고

아무도 읽어주지 않는 시를

우수가 얼음을 녹여서 흐르며 쓴 시를

냇물 동지에게 읽어주고 있는 시린 저녁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밤이 올 것이다

 

그러면 밤하늘이 어둠에 쓴 시를

새벽이 읽어줄 것이다.

 

 

 김수복 시인 약력

1953년 경남 함양 출생. 단국대 국문학과 졸업.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으로 <지리산 타령>, <낮에 나온 반달>, <새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나무>(시선집), <또 다른 사월>,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른다>, <사라진 폭포>, <우물의 눈동자>, <붉은머리학의 사랑 노래>(영상시집), <달을 따라 걷다>, <외박>, <하늘 우체국>, <밤하늘이 시를 쓰다> 등이 있으며, 저서로 <별의 노래>(윤동주의 삶과 시), <우리 시의 상징과 표정>, <상징의 숲>, <문학공간과 문화콘텐츠>(편저) 등이 있다.

편운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 풀꽃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카톨릭문인협회 회장,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이해존 시인 자선대표작 3


 
유목의 방

 

이해존


 푸른 장막으로 둘러쳐진 둥근 방, 바람의 발톱이 장막을 찍어 흔들어댈수록 방 안은 낮고 아득하게 가라앉는다 고비사막 넘어온 모래바람이 투명한 비닐 창에 붉은 얼룩으로 흘러내린다 울란바토르 외곽의 게르가 옥상에 세워졌다 그가 가죽부대에 담긴 마유주를 건넨다 이 밤이 지나면 그는 새로운 목초지로 떠날 것이다 별들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밤의 푸른 정맥을 긋는 날이다 두려우면 하지 말고 했으면 두려워 마라* 멀리 모래바람이 사나운 말처럼 갈기를 세우고 있다 말고삐 당기던 초원이 점점 멀어져가고 펄럭이는 장막은 두 평의 하늘로 어두워진다 양떼 같은 가족의 눈망울들 낮은 천장에 촘촘히 박히는 밤, 식탁 한가운데 대초원을 사이에 두고 엎드려 잠든 몽골 사내 한쪽 어깨가 끝끝내 중심을 버틴다 고시원 휴게실이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다

 

 * 몽골 속담.





데드라인

 

 계단보다 많은 발이 뛴다

외투를 의자에 걸치거나 현관에서 양말을 벗는 문에서 문으로

 

넷째 주마다 캐터필러가 달려온다

불도저가 길을 펼치고 길을 떼어가는 캐터필러에 올라 런닝머신처럼 달린다

발바닥이 길게 흘러가다 코가 깨진다

떨어진 꽃잎이 캐터필러 속으로 빨려들어 간다

 

에스컬레이터가 달아난다

맨 위층에서 접힌 시간이 오늘 아침 첫 층계참으로 이어진다

하나씩 모서리를 펼치며 에스컬레이터가 시간을 뱉어낸다

 

사라진 시간이 에스컬레이터 뒷면의 어둠 속에 거꾸로 매달려 있다

넷째 주마다 첫 층계참에서 거꾸로 매달린 몸을 털고 또다시 얼굴을 내민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아침, 발끝으로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무한궤도

숨을 들이쉬고 저녁에는 땅속으로 뱉어낸다

 

두 그루 나무가 이어진 곳, 문에서 문으로 나무뿌리가 뻗친 곳까지

겉옷을 걸치고 횡설수설을 지나 구두를 벗는다

가지를 흔들어 나뭇잎을 끌어 덮는다

 

연결통로에서 연결통로로

외투와 계단, 침대가 무한궤도 따라 철컥철컥 돌아간다






옆구리

 
 옆구리에 방이 있다 방에는 식탁도 꽃병도 빗장도 없다 누구나 휘돌아 나갈 뿐 살이 되지 못하는오래된 벽지를 뜯어내면 살내가 났다 벽지를 돌돌 말아 창문을 만든다 그사이 옆구리는 더 넓고 어두워져 메아리만 키운다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 탁자 위 메모도 없이 옆구리를 빠져나갔다

 

치명적인 옆구리의 사내가 있다 바람이 비닐봉지를 부풀리고 소주병을 쓰러뜨린다 무언가 쏟아내지 못한 것들이 쓰러져 옆구리가 된다 바람이 잔가지 쏟아낼 때, 사내가 몸을 일으켜 한 손으로 옆구리를 뒤져본다 두툼한 주머니에서 두루마리 길게 풀려 나온다 꼬리처럼 드리우며 걸어간다

 

처음부터 식탁도 꽃병도 빗장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옹이 진 한 사람이 빠져나가고 한쪽 옆구리로 기울기 시작했다 희디흰 갈비뼈로 빗장을 걸고 옆구리를 베고 눕는다 언제부턴가 자주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고, 구멍 난 주머니 속으로 따뜻한 내 살을 만져본다

 

 

 

 

14회 한국시협 젊은시인상 수상소감

 

 
세상의 어둠과 마음 나누며

 
이해존

 

 고맙습니다. 문단 활동에 비해 이른 시기에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눈 팔지 말고 더 멀리 보고 깊게 가라는 채찍으로 받아들겠습니다. 한국시인협회와 앞서 이 상을 받으신 훌륭한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으면, 보이는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삶의 비의를 알려면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육안과 심미안의 합일점에 가닿는 지점, 그것의 가능성을 의미할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더 멀리 보려 했던 것은 아닌지, 그래서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됩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세상의 어둠과 마음 나누며 열심히 적어 나가겠습니다. 작고하신 정진규 선생님께서 살아계셨다면, 누구보다도 좋아하셨을 것 같습니다. 그리운 선생님, 그리고 주위에서 항상 응원해주는 동료 시인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한국시인협회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해존 시인 약력

1970년 충남 공주 출생. 2013<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당신에게 건넨 말이 소문이 되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