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미국문단에서 주목받은 강용흘 연구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최초의 한국계 미국작가"로 불리는 초당(草堂) 강용흘(姜鏞訖. 1903-1972)의 문학세계를 조명한 연구서 「강용흘-그의 삶과 문학」(서울대출판부 刊)이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1930년대에 미국에서 활동한 강용흘은 당대에 미국 평단으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으나 그동안 한국 문단에서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잊혀지다시피 했다. 이번에 영문학자 김욱동(56.서강대 교수)가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꼼꼼하게 분석해 두툼한 책으로 엮어냈다. 함남 홍원군에서 태어난 강용흘은 고향에 있는 영생중학교를 졸업한 뒤 선교사를 따라 캐나다로 건너갔다. 그는 대서양 연안에 있는 캐나다 댈후지 대학에서 2년 남짓 영문학을 공부한 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이학 분야를 공부했다. 그러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에서 다시 문학을 공부해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뉴욕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동양문학 등을 강의하면서 동양학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영어로 쓴 첫 장편소설 「초당」(1931)은 주인공 한청파를 내세워 저자의 성장기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에는 한국의 다양한 풍습과 함께 '황조가'와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등 한국의 고전시가와 현대시가 90편 가까이 소개된다. 강용흘과 같은 시기에 활동하며 「그대 다시는 고향에 못가리」 등을 쓴 미국 작가 토머스 울프는 이 작품에 대해 "강용흘은 독창적이며 시적인 정신을 지니고 있으며 삶을 사랑한다"면서 "그의 작품은 동양의 이국적 풍습이나 경험을 기록하여 서양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이상의 일을 했다"고 칭찬했다고 한다. 강용흘의 첫 소설은 동양의 이국적 경험을 다룬 펄 벅의 「대지」와 같은 해에 출간됐는데, 이 책을 출간한 스크리브너스 출판사가 직접 운영했던 뉴욕 맨해튼의 서점에서 한때 논픽션 부문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픽션 부문은 「대지」가 1위였다. 그의 소설이 논픽션으로 분류된 것은 미국 독자들이 한국의 풍습을 소개한 풍물기나 역사서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강용흘은 당시 펄 벅의 작품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잘 팔리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대지」에 대해 "중국 문화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쓴 작품"이라고 혹평했다고 한다. 1937년 발표한 「동양 사람 서양에 가다」는 「초당」에 이어 주인공 한청파가 미국으로 건너가 겪는 인종차별 문제 등을 다룬 작품으로 첫 작품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연구서는 강용흘의 대표작 「초당」과 「동양 사람 서양에 가다」에 대한 작품분석과 함께 강용흘이 1960대 초반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장막 희곡 「궁정의 살인」도 소개하고 있다. 이 희곡은 작고한 이근삼 전 서강대 교수가 타자본 원고를 갖고 있다가 김욱동 교수에게 전한 것으로, 아직 책으로는 출간되지 않은 작품이다. 인종, 계급, 성별에 따른 차별의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1964년 미국에서 무대에 올려진 바 있고, 1974년 「문학사상」에 우리말로 옮겨져 연재된 뒤 작고한 허규씨의 연출로 명동 예술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저서는 강용흘이 미군정 시절 하지 장군의 초청으로 고국을 방문했을 때 행적, 이승만 대통령과 갈등을 빚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일, 이광수를 비롯해 한용운, 임화, 설정식 등 국내 문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432쪽. 1만6천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