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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름 애인 - 최문자
작성일자 2018-10-22
조회수 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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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애인

 

최문자

 

 

한 남자를 사랑했다


짐승 안에 들어 있는 구름 같은 남자


짐승에게 구름 같은 게 있을까 싶지만

뒤집으면 구름이 펼럭거렸다

 

짐승이 뭉게뭉게 달아나던 미루나무 끝가지

까맣게 멀리서 소낙비가 오고 있었다

구름이 따갑게 바늘처럼 쏟아졌다

 

구름을 만지고 싶어서

어쩌다 한 마리 짐승을 사랑했다

구름 같은 짐승

설산에 가끔 출동한다는

털이 따가운 짐승

 

짐승에게 눈물 같은 게 있을까 싶지만

뒤집어보면

짐승의 털이 흠뻑 젗어 있다

 

젖은 몸으로 설산을 기어오르는

반투명 구름의 기쁨

자작나무 숲에

구름 같은 짐승이 살았다

따가운 사랑이 있었다

 

 

시어의 아우라가 클수록 감상의 묘미가 배가된다.

이 시에서 한 남자를 고정하지 않고 짐승 안에 들어있는 구름 같은속성을 연상하면 더 다양하게 음미할 수 있다.

차분하고 잔잔한 느낌보다는 본능에 충실하고 변화무쌍한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소낙비바늘을 동반하는 아픔이 따른다.

 

인간이 어디 단정하고 정결하기만 한가.

동물의 피가 흐르는 존재이며 이들의 집합이 세상이다 보니

얼핏 보기와 달리 내면에 소용돌이치는 혼돈과 파탄의 감정이 있다.

그럼에도 구름을 만지고 싶어하는 화자는 호기심과 욕망을 지녔다.

구름은 구름이라서 구름처럼 사라지고 순간은 순간이라서 순식간에 살아나기도 한다.

-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