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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 문태준
작성일자 2019-02-11
조회수 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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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문태준

 

 

노랗게 잘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 있네

붉고 새콤한 자두가 떨어져 있네

자줏빛 아이리스 꽃이 활짝 피어 있네

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

누가 이걸 발견하랴,

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

누가 이걸, 또 자신도 주우랴,

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


 

요즘 현대시가 길어지고 산문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는 본질적으로 압축된 언어에서 아름다운 이미지가 탄생한다. 이 시의 절제미는 감상의 여운이 크다. 마음에 고여 있다가 샘처럼 에너지가 솟는다. “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는 자세는 지혜롭다. 사람들은 살면서 이런저런 고통을 겪는다. 타인과 경쟁하며 비교당하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럴 때 예시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굽히며 잠시 멈추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오렌지”, “자두”, “아이리스 꽃에 대한 탐닉이 가능하다. 숨을 가다듬으면서 중요한 것을 놓친 본연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

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에 나타난 마음은 순연하다. 삶의 달콤함이란 내가 무언가를 많이 쟁취할 때가 아니라 편안한 멈춤 속에 체득하는 것이다. 쫓기듯 사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이 시는 쉽고도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해주는 듯하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