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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과 멋

제목 창원천 - 김연동
작성일자 2019-08-12
조회수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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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천

 

김연동

 

 

취하지 않고서는 흘러갈 수 없다는 듯

 

흐린 수면 위에 거품을 토해내며

 

무거운 메시지들을 자막으로 내보낸다

 

낚싯줄을 던져보던 외국인 노동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뭇머뭇 돌아가고

 

죽지 흰 물새 몇 마리 취객처럼 돌다 간다

 

우리네 초상(肖像)처럼 일그러진 물빛 위에

 

누군가 버리고 간 솔기 터진 지갑하며

 

숨어서 지우고 싶던 지문들이 흘러간다


 

도시는 빌딩과 네온사인, 전광판으로 화려하다. 그러나 이 시에 나타난 도시의 천변은 흐린 수면 위에 거품을 토해내며 지저분하다. “솔기 터진 지갑의 이미지에서 자본을 앞세우는 물질 사회의 어두운 면이 상기된다. 가난하고 비루한 존재들의 무력한 삶에 외국인 노동자를 등장시켜 중심에서 밀려난 소외감이 언급되고 있다. 현실은 취하지 않고서는 흘러갈 수 없을 만큼 음울하다. 특히 취하다’, ‘흐리다’, ‘무겁다등의 동사를 사용하여 삶의 비애가 강조되고 있다. “우리네 초상(肖像)”일그러진 물빛 위에비춰지는 얼룩과 흡사하다.

성과중심주의의 피로사회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 시는 소외된 가치들을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 버리고 간 솔기 터진 지갑숨어서 지우고 싶던 지문들에서 낡고 상처가 많은 존재의 이미지가 포개진다. 예로부터 자연에 관한 상상력의 시는 전통적인 사유의 방법으로 제시되어왔다. 특히 동양적인 세계관에서 자연은 이상향의 모델이었으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어휘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조화와 안위의 공간으로 표현되어왔다. 그러나 위의 시에 나타나는 천변 풍경은 도심을 흐르고 있어서 그런지 문명의 거센 영향력에 떠밀려 낙오된 사람들의 공간, 위태로운 공간으로 묘사되며 이 시대를 흘러간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