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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과 멋

제목 시간 - 오세영
작성일자 2019-09-23
조회수 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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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오세영





한 번도 제 모습을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내 등을 떠밀던 그자.

하염없이 내 심장을 움켜쥐던 그자.

막무가내로 어딘가

내 팔을 끌고 가던 그자.

 

그러나

심야에 자다 깨어 나는 문득 보았다.

화장 지운 그의 민낯을.

 

꿈뻑꿈뻑

탁상시계 파아란 인광 속에서 물끄러미

날 쳐다보는

정적 속

그의 날선 눈빛을.



 시간의 화자는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왔다기보다 등을 떠밀고” “내 팔을 끌고간 시간이라는 그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살아왔다고 표현한다. 이 시에서 의인화가 된 시간개념은 연속적이고 미분화된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 물리적으로 흐르는 시간은 일률적이지만 삼라만상이 급변하는 오늘날, 주체의 지각에 따라 심리적이나 인지적으로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실감한다. 이때 시간이라는 화두는 시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하는 의미가 있다. 시간의 문제는 이렇게 시간 그 자체를 뛰어넘어 시간에 대한 경험적이며 현상학적인 감각, 즉 체험된 시간에서 오는 성찰로 이어진다. 이 시의 화자는 시간성을 교감을 통해서보다 허무를 인정하면서 존재하니 쓸쓸하다. 본연의 의지에 충실하며 살아왔냐고 되묻는 것 같고 가식적으로 사는 현대인의 위장된 의식의 급소가 찔리는 느낌이다.

  돌이켜 보면 오늘날 우리는 자연과 순리를 거스르며 살고 있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고소득과 고이윤을 좇고, 기를 쓰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분주하며 성취에 조바심을 내지만 마음을 다 채우지 못한다. 화자 역시 정신없이 쫓기듯 살아왔나 보다. 남과 경쟁하며 살다보면 누구나 시기와 탐욕과 비리로 얼룩지기 마련이다. 현대인은 이런 일상성 속에 파묻혀 본래성을 잃어버린 채 살기 쉽다. 그 이유는 시간을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무슨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시간으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기상시간, 약속시간, 근무시간 등등 현대인은 얼마나 살기 급급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화자는 자다 깨어 무심코 탁상시계를 보고 그 체험을 파아란 인광을 내뿜는 어떤 짐승 앞에서 서 있는 연상을 한다. 이는 어떤 무서운 생명체와 대치할 때의 공포이면서 생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각성이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