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열리는 시협 정기세미나와 협회에서 주관하는
행사를 위한 공간입니다.

시협 주관행사 > 시 캠페인

가족사랑 생명사랑 시사랑 캠페인 방송 작품

제목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 김민정 시인
조회수 797

봄나물 다량 입하라기에

 

 

 

김민정

 

 

있을 때 사둔다

무침으로도 버무리고 국으로도 끓이고

죽으로도 불린다

봄이 가면 냉이는 잡초 따위라지 않는가

 

봄처녀도 아니면서

나물 이름 보고 나물 이름 따라 읽는

한글 떼는 중에 아이도 아니면서

애나 개가 생기면 아꼈다 불러야지

지천으로 나물향이나 퍼뜨릴 욕심으로

 

냉이는 왜 냉일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부르면 명찰이지

냉이야 쑥아 달래야 두릅아

개중 씀바귀는 씀바귀야 씀박아

호명으론 좀 쌉싸래해서 별로다 싶고

손맛보다는 이름맛이 나물맛이라

국산 냉이 두 움큼 크게 집어

달아주십사 하니 2,960

 

산에 가 뜯어봐야 알까나

장에 가 팔아봐야 알까나

싼 건지 비싼 건지 도통 가늠이 안 되는

냉이더미를 놓고 나물값을 매기는

플러스마트 나물 코너 아저씨가

조끼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 적에

 

냉이는 그냥 냉이네요

한자로는 제채라 부른다는데

보니까 겨잣과에 속한 두해살이풀이래요

겨자는 노랭인데 냉이 어디가 노란가

5월에서 6월에 흰 꽃이 핀다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나도 모르겠네요

 

계산대 뒤로 줄 선 나를 끝끝내 찾아와

휴대폰 속 두산백과에 뜬 냉이를

굳이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그러한 아저씨의 친절이

내일의 시나 될까 싶었는데

 

저기 저참으로 간 아저씨의

손으로 코 푸는 소리 들린다






---
가족사랑 생명사랑 시사랑 캠페인에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캠페인 기간 : 2016년 12월 ~ 2017년 5월
방송일 2017 년 2 월 12 일 / 출연시인 : 김민정
공동주최 : 한국시인협회 KBS 제2라디오 <강서은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협찬 : 교보생명
방송 다시 듣기 : http://www.kbs.co.kr/radio/happyfm/nightkang/replay/2552780_1188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