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작

활자 변주곡

대천고등학교 2학년 1반

김원희

나는 빗방울의 곡조를 들으며 자랐다

음이 높아질수록 기우는 몸

고개를 돌리면 하얗게 흔들리는

수선화가 나를 보며 떨어진다

모두에게 등을 보인 채 누우면

백의를 입은 어른들이 내려다 본다

도돌이표처럼 귓가를 맴도는 웃음

혈관을 따라 흐르는 페르산친, 스테로이드

모두 나를 구성하는 음표들이지

그래서 감정은 청각이 결정하고

차라리 눈을 감고도 슬플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게요. 저도 왜 못났는지 궁금해요

창밖엔 물방울이 사과처럼 낙과하고 있었고

침대 밑엔 강이 흘렀는데 나는 자주 무거워져 그곳으로 풍덩 빠지곤 했다

병이 나를 범람해 파도처럼 밀어내고 있다

어머니, 저는 묽고 맑은 아들을 원했지만

무르고 마른 소리가 되었어요

젖은 반음계처럼 계단을 오르면

긴 악보처럼 늘어진 하늘이 보인다

그런데 내 시선은 자꾸 아래로 향하는 것일까

무심코 돌아본 책장에 꽂혀있던

300페이지 짜리 노래의 기록본

한 문장은 피아노 건반처럼 총총거리며

한 문장은 바이올린 줄처럼 감싸여

선루프를 열면 쏟아지는 햇빛처럼

밤하늘을 굽이굽이 흐르는 은하수처럼

활자들은 나에게 다가왔다

가슴 속에서 자꾸 지진이 일곤 한다

펜은 진도계처럼 흔들리고

화분엔 흔들리는 새싹이 돋는다

나는 아직 간헐적으로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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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본심 : 문정희(한국시인협회장), 박주택(경희대교수)

예심 : 김태형, 이재훈, 염창권, 이창수, 이대흠

온라인 예심 : 정재학, 신혜정

 






제1회 전국 고교생 보성백일장 수상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