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경 시인의 시를 읽으면 아련한 슬픔이 느껴진다. 그것은 욕망의 좌절 때문에 오는 결핍의 슬픔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거기에는 분노가 들어 있지 않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삶의 어떤 부분을 감당해야 하는 자의 결연한 마음이 가진 슬픔이다. 또한 그 슬픔에는 아는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어떤 정신적 고매함과 함께 비장함이 서려 있다.
수국을 문 까마귀는 시인 자신의 모습이다. 아름답지 않은 목소리와 아름답지 않은 외모로 아름다운 꽃잎을 물고 날아올라야 하는 까마귀의 이 이상한 행동이 바로 시인의 운명을 상징한다.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고미경 시인
1964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온양에서 성장했다.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고 <시비>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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