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을 곁들여 회원들의 시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회원마당 > 시의 맛과 멋

시의 맛과 멋

제목 마흔 - 김산
작성일자 2018-12-05
조회수 468
첨부파일



마흔

   

이상한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무거운 공기를 밟을 때마다

슬골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어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으나

그건 닫히는 소리 같기도 했다.

올라서려니 다리만큼의 무게가

등과 목을 타고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딱딱한 대리석이 마치 스프링처럼

발뒤꿈치를 자꾸만 밀어내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을수록

속도는 탄력을 받아 말랑말랑해졌다.

여길 왜 오르는 거지, 잠시 생각했지만

오르고 있던 발은 멈춰지지 않았다.

눈물인지, 땀인지, 뭔가 자꾸 떨어지고 있었다.

오르다 보면 뭐가 보이겠지, 그냥 올랐다.

끝없는 계단을 혓바닥을 내밀고 오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서른 즈음을 슬픔으로 노래했지만 마흔은 또 다른 느낌이다.

이상한 계단을 오르는 기분. 왜 오르는지 잠시 생각하지만 오르던 발을 멈출 수 없는.

그냥 끊임없이 계단을 오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옳은 길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미 들어선 계단을 다시 내려갈 수 없기에 그저 오르기만 해야 하는.

왠지 이상한 계단 중간에서 그저 숨을 몰아쉬며 올라가고 있는.

끝없는 계단을 끝없이 오르고 있다.

    

/ 권경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