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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과 멋

제목 절개지 -윤석산
작성일자 2018-12-10
조회수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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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지



   

윤석산




도로를 내기 위하여 지난 한 해 내내

산을 허물고

자르고,

그래서 생긴 절개지

 

한겨울 지나고 나니,

온갖 잡풀들 다시 어우러져

꽃을 피우며

벌겋게 드러났던 흙의 살점들 덮고 있구나.

 

머리를 깎고,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마취를 하고, 한참을 죽었다가 깨어나니

사라진 그녀의 오른쪽 가슴.

 

차량들 저마다 저마다의 힘으로 씽하고 달려 나가는 그 사이, 사이

설핏, 기우는 저녁노을 속

그녀의 절개지, 붉게 물드는 브래지어

아프게 감춰지고 있다.

 

 개발과 보존은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면에서 길항한다.

환경 보호의 관점으로 감상해도 무방하나 이 시는 여성성과 연결하고 있다.

3연에 유방암 수술로 사라진 그녀의 오른쪽 가슴

도로를 내기 위하여” “산을 허물고” “생긴 절개지와 같다.

노을과 함께 붉게 물드는 브래지어이미지는 아프게 와 닿는다.

건설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헤쳐지는 국토 산하는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에 의해 여러 곳이 앓고 있다.
시적 화자 또한 각성하면서 불편하다.

시는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탐구이기에 그럴 것이다.

이해타산과 갈등과 폭력성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