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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나가고 있다고 쓴다 - 송영희
작성일자 2019-01-28
조회수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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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고 있다고 쓴다

 

송영희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는

새벽부터 밤중까지 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는

그 아픈 말쯤

이젠 너의 뒷모습도 어깨도 너무 멀리 보여서

그만 너를 잃어버린 거 같다는

그 먹먹한 말쯤

아직도 꿈속에서 네가 내 몸속에서 잠이 들었다는

어제도 내 몸을 지나갔다는

그 슬픈 말쯤

이제는 버스를 기다리며 달려오는 불빛에

쓸 수 있다

이별 후에 오는 것들이 이제는 쯤 쯤 쯤으로

녹아지는 때

겨울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우산 속처럼 따뜻하다

누군가 켜놓은 불빛 때문에

인가의 불빛 때문에 나는 문을 열고 신발을 벗고

식탁에 앉을 수 있는 거

언제 나 그렇게 단단해졌나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길을 건너고

혼자 잠에 드는 일

그동안 쓰러질 그 한 곳을 찾지 못해

이제는 버스를 기다리며

달려오는 불빛에 쓴다

목에 두른 털목도리를 여미며 쓴다

오늘이

지나가고 있다고

거짓말처럼 지나가고 있다고

-지나가고 있다고 쓴다전문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우리의 삶은 오가는 관계들의 연속이다. 회자정리가 따른다. 만남 뒤에는 이별이 있고, 헤어지고서야 존재의 의미를 실감하게 된다. 기쁨도 슬픔도 영원하지 않고 결국 지나간다. 화자는 이별의 슬픔을 견디며 지나가고 있다고쓴다. ‘를 위한 위로에서 후반부에는 나를 다독이고 있다. “아직도 꿈속에서 네가 내 몸속에서 잠이 들었다는/ 어제도 내 몸을 지나갔다는부분에서 여진이 감지된다. 곡진함과 진심이 전해오고 에 대한 염려가 전달된다.

  누구나 일이나 관계에 아파하고 사무쳐 본 사람은 이 시를 공감할 것이다. 눈길이 닿은 곳마다 그 모습이 겹치고 자꾸 떠오르며, 이 시의 심정을 헤아리리라. 마음이 아플 때 이 시를 거듭 읽어 보면 많은 위로가 된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