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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 고영
작성일자 2019-02-26
조회수 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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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의 모든 전말이다




고영

 

 

그제는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했지만 하루 만에 피는 꽃은 없었다. 성급한 건 나 자신일 뿐, 꽃은 성급하지 않았다. 질서를 아는 꽃이 미워져서 어제 또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을 보기를 기원했지만 하루 만에 민낯을 보여주는 꽃은 없었다. 아쉬운 건 나 자신일 뿐, 꽃은 아쉬울 게 없었다. 섭리를 아는 꽃이 싫어져서 오늘 또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이 되기를 나는 또 물끄러미 기다리겠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거리에서 꽃은, 너무 멀리 살아 있다.

 

한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

그 사람은 하루 만에 꽃이 되어 돌아왔다

 

수선화를 닮은 당신은 나의 그제이며 어제이며 오늘이며 내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암시하듯 전말이다. 이 시의 화자는 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어찌 꽃이 하루 만에 필 수 있는가. 햇볕과 바람과 물과 시간과 정성들의 합일이 꽃인 것을. 그렇게 공을 들인 꽃일지라도 꽃은 영원하지 않아서 지기 마련인 것을. 성급하게 꽃이 피기를 바라던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화자는 또 수선화를 심는다. 이 심정은 포기할 수 없는 대상를 향한 지극한 마음이다. “가슴에 묻었을 때 하루 만에 꽃이 되어 돌아오는 것이 사랑이든 꿈이든 먹먹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사람은 화자의 가슴에 있고 추억을 함께 하니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