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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과 멋

제목 시는 적당히 - 김이듬
작성일자 2019-06-10
조회수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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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적당히



김이듬



작작 좀 시를 쓰면 좋겠다

이 나라에서는 시가 너무나 많아 끓어 넘친다

상품도 상금도 적지 않다

이번 달의 직원을 뽑아주세요

어디든 시를 삽입하면 예의 바른 사람처럼 보인다


저기 의자 있으십니다

창피하게도 피가 나오셔서 않을 수 없다

커피 두 잔 곧 나오실 거고 여기 거스름돈 있으십니다


무조건 시를 써야 무례하다는 욕설을 듣지 않는다 그만두라는 조치가 내려지지 않는다

나는 학문외과에서 무낙하는 간호사처럼

고객만족은 물론 고객 감동까지


머리를 굽히고 라면을 여섯 번이나 다시 끓여서 들고 오는 승무원처럼 때때로 나도 친절 사원이 되어 마감을 엄수한다 시를 짓는다


당신을 감동시켜서 판매를 촉진하려고 언제 어디서나 시를 남발 삽입한다                                


시의 기능 중의 하나는 독자에게 문제의식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주체 높임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로서의 ’에 주목해 보자. 문장 속에서 주체의 동작이나 상태를 높이는 뜻을 지닌 '시'는 사람이 아닌 사물에 사용하면 통사적으로 맞지 않다. 그러나 현실 도처에서 가 남발되고 있다.  

의자”, “”, “커피 두 잔”, “거스름돈에까지 를 붙여가며 대상을 존대한다. 이렇게 가 남용되는 사태는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존경을 받는 세태의 반영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교환질서에 따른 것이다. 판매원들이 상품에 존경을 표하는 것은 예의와 생계 때문이다.

  그리고는 시()를 가리키기도 한다. 시인은 의도적으로 항문외과문학이라는 발음을 학문외과에서 무낙하는 간호사로 오기(誤記)하여 비하한다. 시도 상품화가 되어 고객인 독자에게 만족감동을 시켜야 하는 현실 원리에 지배된다. 이렇다 보니 판매를 촉진하려고” “상품상금에 현혹되어 만들어지는 시들이 넘쳐난다. 시인은 친절 사원이 되어 마감을 엄수한다 시를 짓는다라며 시가 상품처럼 소비되는 데 자신도 한 몫을 하는 게 아닌가 돌아본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