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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맛과 멋

제목 파랑은 나의 힘 - 조율
작성일자 2019-09-10
조회수 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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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은 나의 힘



조율



이것은 청바지 속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저 질기고 푸른 살갗을 뜯어내 멍든 자국이지

이것은 내가 거꾸로 뒤집어 입은 실밥 많은 속살,

고루고루 염색된 상처의 뒷면,

누군가가 엉큼하게 손을 밀어 넣어주었으면!

불을 켜고 들어오는 손아귀만큼의 자리,

이것을 몽고반점이라고 놀려도 괜찮아

곰팡내 풍기며 상쾌하게 발효되어 가는

탄광처럼 좁고 긴 이것은 파란 골목, 그 끝에 가면

기름때 묻은 청바지가 벗어젖힌 하늘이 있지

빨갛고 진솔한 엉덩이가 까발려질 때까지

나의 태생은 가죽 벗겨진 막장 속이야

지평선 한가운데를 쩍 갈라서

저 푸른 내 청춘에게 지퍼를 달아주고 싶어

허벅지며 엉덩이며 낑낑 눌러 쇠단추를 채우는

이것은 일없이 새파랗게 찢어진 청순한 스물넷,

이것은 양파처럼 동그란 초원의 무릎,

높고 낮은 수많은 건물들 안에

내 마음까지 감싸줄 의자 하나를 생각하는

이것은 나 없을 때 허물만 남을 새파란 청바지에 대한 이야기,

바짓단 끝이 슬리퍼 끄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단 이야기

         


  청바지를 소재로 이리 맛깔스럽게 풀어내다니 푸른 물이 뚝뚝 흐르는 시이다.

젊기 때문에 즐겁기도 하고 괴로운 상상력의 교차가 시의 겉과 속을 이루고, 청바지에 빗댄 청춘이 절절하다.

멍든 자국몽고반점으로 변주되어 놀려도 괜찮다고 여기는 장면에서 청춘이여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싶다.

두 다리를 탄광처럼 좁고 긴 이것은 파란 골목이라고 비유하더니

나의 태생은 가죽 벗겨진 막장 속이라고 고백하는 부분에서는 탄식이 나온다.

저 푸른 내 청춘에게 지퍼를 달아주고 싶어의 지퍼를 열면

후미진 골목이며 전전긍긍했을 월세며 옥탑방이 줄줄이 딸려 나올 것 같다.

누비고 다닌 청춘의 종아리는 한층 굵고 발등이 부었겠다.

땀과 눈물의 시간이 흐른 훗날에, 이 시절을 돌아봤을 때 허물만 남을지라도 파랑은, 청춘은, 살아가는 힘이다. (박수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