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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영민 - 나는 그 저녁에 대해(바로 잡습니다)
작성일자 2021-09-27
조회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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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저녁에 대해

고 영 민


저녁 무렵
대문 앞에 와 구걸을 하던 동냥아치가
마당에 놀던 어린 내게
등을 내밀자
내가 얼른 그 등에 업혔다고

누나들은 어머니 제삿날에 모여
그 오래된 얘기를 꺼내
깔깔거리고
내가 맨발로 열무밭 앞까지 쫓아가
널 등에서 떼어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남루한 저녁은
떼쓰는 동냥아치처럼 대문 앞에 서서
나를 향해 업자, 업자
등을 내미는데

정말 나는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덥석,
다시 업힐 수 있을지


동냥아치의 크고 둥글던 그 검은 등에 얼른 업힐 수 있는 마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어쩌면 형체도 없는 저녁 무렵의 실상이 동냥아치를 통해 그 정서적 소통으로 교감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동냥아치 또한 기꺼이 시커먼 자신의 등을 내줌으로써 저녁의 풍경 속으로 어린 화자를 끌어당긴다. “마당에서 놀던 어린 내게남루한 저녁이 와서 말을 건다. 아가야, 어부바! 어부바! (김산)



* 바로잡습니다

<한국시인> 여름호 고영민 시인의 <나는 그 저녁에 대해>
4연 첫행 (정)말 나는
(  )안의 글자가 빠졌음을 한국시인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잡습니다.

고영민 : 2002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악어>, <공손한 손>, <사슴공원에서>, <구구>, <봄의 정치>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