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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7회 전국고교생백일장(재능문화) 당선작품들
작성일자 2017-09-10
조회수 2058

제17회 전국고교생백일장(재능문화) 당선작품들





[문체부장관상]



치유



 

야탑고등학교 3학년 유세령



 



 

옆집으로 이사 온 베트남 여자에게

치유란 월남쌈이다

고향의 그리움에 젖어들 때

종종 월남쌈을 만들어 먹는 여자

청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밥상 위

한 개의 그릇에는

꽃처럼

데친 소고기와

형형색색의 채소를 올려놓고

한 개의 그릇에는

유리계단처럼

라이스페이퍼를 쌓아놓고

한 개의 그릇에는

미지근한 물이 담겨있다

라이스페이퍼를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아오자이처럼 다소곳하게 젖어드는데

그 위에

데친 소고기와 형형색색의 채소와

베트남 특유의 칠리소스를 얹으면

복도식 빌라 안에

여자의 월남쌈 냄새가 가득 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월남쌈으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치유한다는

베트남 여자의 미소를 떠올리며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에 있다는

베트남에 있을

여자의 가족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서울특별시장상]



소금물과 치유의 별



 

김해외국어고등학교 민윤지



 



 

곰곰이 생각해 봐,

달은

개미였어

설익은 커피

농익은 추억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어



 

내가 태어났을 때

할머니는 거기 계셨어

연필은 할머니를 그리워했지

체리향 립스틱은 따스하게도

분홍색이었고

그녀의 감기약은 무중력 상태

나사 빠진 구름 같았어



 

너의 장래희망은 몽상가였지

오늘도 연필의 꿈을 꿔

꽃 핀 심장은

동화 같은 목소리를 듣고

소설 같은 신음을 흘리며

짭짤한 맛,

꿈 속으로

빠져들어



 

너는 지금

소금물 대신 눈물을 흘리고 있어

입술에 담았던 기억을 씻어내

어느덧 아이는 어른이 되어

연필의 소망을 잊어버리고

그저,

천사의 화살을 맞은 빵 한 조각을

노래해



 

곰곰이 생각해 봐

소금물로 하는 세수

악몽은 분명 체리맛 사탕

하이얀 국화를 손에 들고

죽어버린 단맛을 그리워 해

거울을 봐,

눈동자가 꽃잎으로 물들었잖아

, 이제,

뭐가 보이니?



 

단맛, 그래, 나의 달콤.

눈물에 사랑의 별을 넣어,

섞어,

그것은 짜디짠 치유의 별빛

달콤해





[종로구청장상]



치유



 

백암고등학교 3학년 지수현



 



 

새파란 간판이 달린 자연 세탁소

횡렬로 줄지은 옷가지들이

옷걸이에 걸린 채 바람을 마중 나왔습니다

열린 창 너머로 흘러나오는 스팀,

세탁소의 고열이 식어가는 중입니다

종소리를 밀어 젖히고 들어온 세탁소 안,

세탁소 아저씨는 셔츠의 맥박을

구석구석 짚어보는 중입니다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해지는 셔츠,

이따금씩 상처를 봉합하는 소리가

귓가에 박음질되곤 했습니다

셔츠 소매에 새겨진 흉터를

조심스레 매만지는 손길,

어디 또 아픈 곳은 없는지

세탁소 아저씨는 셔츠를 살펴봅니다

심장께에 닿아 있는 주머니엔

얼마나 오래 어둠이 묵혀 있던 걸까요

너덜거리는 주머니 속 실밥이

미처 떼어내지 못한 설움처럼 달려 있습니다

자욱했던 스팀이 서서히 흐려지고

셔츠는 빳빳한 자세로 옷걸이에 걸린 채

언젠가 찾아올 누군가를 계속 기다립니다







[한국시인협회장상]



폭염



 

안양예술고등학교 심현정



 

취한 엄마는

매번 두 손 가득 뭘 사들고 왔다



 

과일 다 끝물이야 좌판 할머니가 지금이 젤 달대



 

덜 지워진 입술 같은 햇자두 두 봉지



 

다 먹지도 못할 걸 자꾸



 

히히

엄마는 자두 속처럼 웃었고



 

현관에는 처치곤란의 무더위가 비닐봉지처럼 뒹굴고 있었다





[우수상]



폭염주의보



 

서울광문고등학교 2학년 이준



 

가난의 가장 얇은 발목을 지나

땀방울이 점선 모양으로 고여들었다

발목 양말이 자꾸만 흘러내리는 기분으로

폭염을 피해 폭염으로 들어서는 생활

가끔은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었으면 하는 집을

동생과 내가 받치고 서 있었다

팔뚝에 돋은 소름을 긁어내며

우리 오늘은 서로에게 술래가 되어주자

동생이 숨겨놓은 이부자리를 들춰보면

지린내 가득한 지도가 있었고

우리 집은 열대야 맨 꼭대기에 달려있었다

엄마는 지렁이 움튼 계단을 밟으며

아직도 달아나고만 있다는 것,

달아오른 환풍기 소리 가득한 골목에서

조금만 천천히 걸어요, 주춤거리는 그림자를 향해

아무리 노력해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나는

참으로 얇고 위태로운 발목이었다

끓기 시작한 햇볕이 땀자국을 타고

흐르는 외딴 길 끝 무너지기엔 너무 작았던 집

마루가 달싹이며 넘어갈 때마다

오후는 이마를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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