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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 생명사랑 시사랑 캠페인 방송 작품

제목 애콩 - 이은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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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콩

 

이은규

 

 

어느 마을에선 완두콩을 애콩이라 부른다

 

덜 여문 것들에게선 왜 날비린내가 나는지

푸른 날비린내가 나는 이름, 애콩

생의 우기를 건너다 눅눅해져 애를 태우는 것들

 

엄마는 왜

이 밤에 콩을 까실까, 콩을

불도 안 켜도

 

꼬투리를 세워 깍지를 열었는지

텅 빈 시간 몇 알 후둑, 후두둑

그릇 위로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

잠시 한숨을 고르고

알맹이들을 한쪽으로 쓸어 모으는 손길

 

알맹이라 착각하고 싶은 둥근 시간들이

꼬투리라는 최초의 집을 떠나면

차오른 허공을 바라보며 허부렁해질 저 꼬투리

 

열린 방문 사이로 말없이 묻는다

엄마는 왜

이 밤에 콩을 까, 콩을

문틈의 빛줄기 너머로 말없이 들린다

잠이 안 와서, 잠이

 

철없는 애콩이

꼬투리 잡힐 과오들을 푸르름이라 착각하며

날비린내의 몸을 말아 둥글게 누워 있다

 

최초의 몸이면서 집인 콩꼬투리

덜 여문 날들을 다독이느라 푸른 물이 들었을 손

그 손이 인기척도 없이 방문을 닫는다

집은 아직 따뜻하다

나는 닫힌다, 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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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랑 생명사랑 시사랑 캠페인에 소개되었던 작품입니다.
캠페인 기간 : 2016년 12월 ~ 2017년 5월
방송일 2017 년 5 월 21 일 / 출연시인 : 맹문재
공동주최 : 한국시인협회 KBS 제2라디오 <강서은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협찬 : 교보생명
방송 다시 듣기 : http://www.kbs.co.kr/radio/happyfm/nightkang/replay/2552780_118878.html